4조 매출 배달의민족이 마주한 '3중 위기', 과연 극복할 수 있을까?
국내 배달 시장의 절대강자로 군림해온 배달의민족이 위기에 직면했다. 2024년 4조 3천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경쟁사들의 강력한 무료배달 공세, 급변하는 배달 시장 생태계, 그리고 독일 모기업과의 복잡한 관계까지 겹치며 배달의민족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새벽 전단지 수집에서 시작된 놀라운 성공신화
2009년, 당시 디자이너로 일하던 김봉진은 매일 아침 아파트 경비실 앞에 쌓인 배달음식 전단지들을 보며 특별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지저분한 전단지들을 스마트폰 앱으로 정리하면 어떨까?" 단순해 보이는 이 생각이 훗날 한국 배달 시장을 완전히 바꿔놓을 혁신의 시작점이었다.
초기 창업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사무실도 없이 카페베네 답십리점에서 회의를 하고, 새벽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직접 전단지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경비실 아저씨들과 친분을 쌓으며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음식점 정보를 모았던 그 치열한 시간들이 지금의 배달의민족 성공의 토대가 되었다. 2010년 6월 25일, 출시 이틀 만에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류승룡을 기용한 고구려 수렵도 컨셉의 광고, '한나체'와 '주아체' 같은 독창적인 전용 폰트 개발, 그리고 "배달의 민족"이라는 기억하기 쉬운 브랜드명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며 국민 앱으로 자리잡았다.
역대 최대 실적 뒤에 숨은 3중 고민
1. 출혈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배달의민족은 2024년 매출 4조 3226억 원, 영업이익 6408억 원을 기록하며 매출은 전년 대비 2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8.4% 감소했다. 겉으로는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수익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원인은 무료배달 경쟁이다. 쿠팡이츠가 2024년 3월부터 무료 배달 서비스를 도입하고 5월에는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에 맞서 배달의민족도 '배민클럽'을 중심으로 무료 배달 혜택을 대폭 확대했지만,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던 배달 팁을 플랫폼이 대신 부담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했다.
2. 거래액 성장세 둔화와 시장점유율 위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성장 동력의 약화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025년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거래액 성장세 부진의 배경으로 한국 시장을 언급했으며, 올해 1분기 아시아 사업의 GMV는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다. 한국 시장이 딜리버리히어로 전체 매출의 20% 가까이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달의민족의 거래액 부진이 모회사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쿠팡이츠의 'Wow 멤버십'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오랜 기간 절대적 1위 자리를 고수해온 배달의민족의 시장점유율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3. 자영업자와의 관계 악화
울트라콜 폐지 선언으로 자영업자들과의 갈등이 극에 달했으며, 독일 모기업에 과도한 자금을 지급하면서 국부 유출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특히 울트라콜은 배달의민족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였는데, 이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음식점 사장들의 반발을 샀다.
중개수수료를 9.8%에서 2.0~7.8%로 낮추는 상생 요금제를 도입했지만, 이미 악화된 관계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의 반격 전략과 2025년 전망
커머스 분야에서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커머스 주문 수는 전년 대비 369% 증가했으며, 장보기와 쇼핑에 입점한 편의점과 대형마트 주문 수는 5배 이상 늘었다. 기존 음식 중심에서 유기농, 식단관리 등으로 품목을 확장하며 사업 영역 다각화에도 성공하고 있다.
자체배달 서비스 강화도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2025년 1분기 자체 배송 서비스 점유율이 크게 증가했다고 발표했으며, 마켓플레이스와 자체 배송 서비스를 한곳에 통합하는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완벽하게 구현해 사용자 경험이 향상되었다.
하지만 2025년은 여전히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무료배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쿠팡이츠의 성장세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2025년 3월 기준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의 2701만 명이 배달앱을 이용하고 있으며, 2351만 명이 배달앱 결제자로 조사되었다는 점에서 보듯 시장 자체의 성장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배달의민족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오랜 기간 유지해온 1위 자리를 내주게 될지는 결국 고객 만족도와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에 달려 있다. 창업자 김봉진이 회사를 떠난 지금, 새로운 경영진의 리더십과 혁신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 글은 공개된 기업 실적 자료와 업계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 결정 시에는 반드시 추가적인 정보 확인과 전문가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